[커피私傳_11] 블렌딩_BLENDING


블렌딩_BLENDING

 

로스터리카페에 가면 단종커피라는 메뉴가 있다. 단종? 커피가게에 웬 조선의 임금? 물론 그런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품절된 커피는 더더욱 아니다. 여기서 단종(單種)은 동일한 커피 종자를 의미하는데 다시 말해 원산지가 같은 커피를 의미한다. 가령 에티오피아 이가체프나 과테말라 안티구아 또는 브라질 세하도 등으로 표기하는 커피 메뉴가 단종커피다. 스트레이트 또는 싱글 오리진이라고 하기도 한다. 핸드드립 커피전문점과 로스터리 카페가 많아지고 다양한 산지별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면서 단종커피는 이제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문제는 블렌드커피 메뉴에서 발생한다. 사람들은 블렌드란 말에서 많은 혼란을 겪는다. 블렌드커피는 단종커피와 달리 각각 다른 원산지 두 곳 이상의 커피를 혼합한(blending) 커피를 말한다. 블렌드커피가 헷갈리는 이유는 한글 표기법의 일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예컨대 메뉴에서 블렌드와 브랜드를 혼용하는 데 있다. 여러 산지의 커피를 혼합한 커피를 말할 때는 반드시 블렌드나 블렌딩으로 표기해서 브랜드와 구별을 해야 한다. 사실 커피 용어 중 브랜드(brand) 커피라는 말은 없지만, “어디 커피 브랜드야?”라는 식으로 흔히 사용되는 터라 이 부분에서 혼동이 오는 것이다. 브랜드는 커피 제품의 상표명이나 회사 이름으로 블렌드와는 엄연히 다른데 메뉴 표기 과정에서 혼선이 생긴 탓이다.

그렇다면 블렌드커피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커피를 블렌딩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함이다. 커피는 각 산지의 재배 환경이나 종자에 따라 서로 다른 맛과 특성을 갖게 되는데 블렌딩을 통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한다. 다른 측면에서 볼 때 블렌딩은 경제적인 목적에서 추구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언급한 대로 커피 산지는 매우 다양하며 생산량도 제각각이라 커피 회사의 입장에서는 종류별로 값을 다르게 치르고 생두를 구입한다. 따라서 적절한 블렌딩 배합을 통해 재고량을 조절하기 위해 블렌딩 하기도 한다. 생두는 수확한 지 1년 이내에 소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패스트크롭(Past Crop)이라고 해서 사용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블렌딩의 목적을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에 둘지는 로스터 마음이지만, 최고의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고량 조절 수단보다는 자신만의 커피 철학이나 개성을 담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블렌딩을 활용하는 쪽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물론 로스팅 달인이라면 두 가지를 다 잡을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무렇게나 막 섞는다고 블렌드커피가 되는 게 아니다. 블렌딩을 위해서는 뛰어난 커피 지식과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다양한 종류의 생두별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자신만의 블렌딩 배합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오랜 로스팅 경험으로 확보한 데이터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탈리아에서는 커피 로스터와 별도로 블렌딩만을 전문으로 하는 커피 블렌딩 전문가가 따로 있을 정도다. 블렌딩의 목적은 단종커피에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함인데 오히려 잘못된 블렌딩은 단종커피보다 맛과 향의 균형이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로스터리 카페 시장에서 로스터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또한, 입맛이 나날이 진화하는 소비자들은 단종커피 말고 또 뭐가 없는지 새로움을 갈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남은 건 블렌딩밖에 없다. 자신만의 고유한 블렌딩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경쟁해야 한다. 이런 편이 로스터와 커피 애호가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세계가 더 섞이고 어울려야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커피가 세계를 만든다.

 

[내가 마시는 커피가 나를 표현한다. 난 누구도 아닌 바로 나다!]

 

글쓴이 :소보로
커피 외계도래설 주창자. 전광수커피 ‘커피와’ 웹진 편집장. 커피 잡문집 <커피는 원래 쓰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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