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私傳_10] 로스팅_ROASTING


로스팅_ROASTING

 

커피는 로스팅 전 절대로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달달 볶아야 깊이 감춰 놓았던 속내를 드러내 놓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커피 로스팅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다. 워낙 인스턴트커피에 익숙하다보니 로스팅은 그저 제조공정의 일부일 뿐 실생활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는 작업이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해외에서 로스팅한 커피를 수입해서 소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갓 볶은 커피일수록 신선하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것을 우린 너무 늦게 알았다고나 할까.

커피열매의 과육을 벗겨 씨를 건조시키면 생두가 된다. 생두는 커피포대에 담겨 산지에서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생두를 직접 볶는 커피집을 로스터리(Roastery) 또는 로스터리카페라고 부른다. 로스터리에 가면 갓 볶은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고 커피 원두도 살 수 있다. 한국인의 커피 소비 패턴이 인스턴트커피에서 원두커피로 옮아가면서 로스터리카페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토마스 기차처럼 생긴 로스팅 기계가 돌아가면 커피 볶는 구수한 냄새가 동네 골목에 퍼진다. 갓 구운 빵을 소비하듯이 이제 커피도 신선 식품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로스터리가 커피 소비 문화의 밑바탕이 아닌 유망한 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르자 너도 나도 커피 로스터가 되고자 붐이 일이도 했다. 최근엔 주춤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로스팅을 꿈꾸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사실 로스터가 되는 길은 그리 만만치 않다. 다른 분야의 전문직과 마찬가지로 인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로스터가 되기 위해선 청소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담이 아니라 이런 과정을 통해 보관되어 있는 생두의 소중함을 배우고 로스팅기를 관리하고 보살피는 법을 알게 된다. 물론 60~70Kg에 이르는 커피 포대를 자유자재로 옮겨야 할 일도 많다. 다시 말해 커피 로스팅은 육체노동에 가깝다. 커피 농사가 그렇듯이.

이런 기초 과정을 끝내면 이젠 핸드픽(Hand Pick)이 기다리고 있다. 핸드픽은 로스팅 하기 전 결함이 있거나 상한 생두를 골라내는 일이다. 또한 이물질도 골라내야 한다. 커피도 곡물이라 쭉정이를 비롯하여 나뭇가지나 돌멩이도 간혹 눈의 띈다. 이러한 ‘결점’ 두(豆)를 골라내야 로스팅 시 안정된 맛을 낼 수 있다. 눈을 부릅뜨고 핸드픽을 하다보면 어느새 눈에 눈물이 가득이다. 이와 동시에 선배 로스터들이 작업한 콩들의 포장과 정리 발송까지 마무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시기를 최소한 1년에서 2년을 거치면 드디어 확인봉(로스팅기 안에서 콩이 잘 볶아지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을 잡을 수 있는 날이 온다.

“요즘 누가 이렇게 합니까? 내 돈으로 창업하면 되고 로스팅은 배우면 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앞서 말한 전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것도 온전히 스스로 말이다. 그게 아니면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동네 로스터리카페에서 오픈 초기부터 마음껏 직원을 고용하기란 쉽지가 않다. 아는 만큼 관리도 가능하다. 게다가 이런 과정이 중요한 것은 대단한 로스팅 지식이 필요해서라기보다 로스터리란 본디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안하는 게 낫다. 접객을 하다보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마음 단단히 먹여야 버틸 수 있다. 바닥부터 경험해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로스팅 실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각 산지별 생두를 수없이 볶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로스팅 포인트를 찾아내야하는데 이를 위해 생두 지식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로스팅 연습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런 극한수행을 하다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로스팅 스타일을 갖춘 멋진 사람이 되리라.

 

[추석에 놓칠 수 없는 커피, 중추가배 블렌딩!]

 

글쓴이 :소보로
커피 외계도래설 주창자. 전광수커피 ‘커피와’ 웹진 편집장. 커피 잡문집 <커피는 원래 쓰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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