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나라 일본이 신음하고 있다. 지진, 쓰나미, 그리고 방사능 공포까지. 뉴스 보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팠다가 눈물이 났다가 화가 버럭 났다가 걱정이 된다. 이럴 때면 늘 되뇌게 되는 말이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얼마나 나약한지. 기계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 원자력이라는 힘을 창조해냈다고 으쓱대던 인간들은 대자연의 분노에 다시 한 번 초라해진다.

하지만, 인간들에겐 최후의 병기가 남아 있다. 희망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 있었다는 이 힘센 녀석은 형체 없이 사라진 마을에서도, 가족의 주검 앞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살아나가야 한다고, 이겨내야 한다고, 존재 가운데에서 속삭여준다. 그리고 희망은 여럿이 함께 있을 때 더욱 힘이 세진다.

그래서 오늘은 자선을 위한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다. 음악을 희망의 도구로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실험은 여러 번 있었다. 커다란 재난과 비극 앞에서 뮤지션들은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하곤 했다. 때론 그들이 만든 음악 자체가 너무 좋아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도 한다.

음악 역사상 대규모의 자선공연들은 꽤 많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만들어진 노래 중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노래는 Band Aid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 1984년 밥 겔도프가 조직한 프로젝트 그룹인 Band Aid가 내놓은 이 곡은 기아에 고통받는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해서 기획되었고, 영국 음악계의 내로라 하는 가수들이 총출동해서 완성해냈다. 나오자마자 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며 그다음 해에는 Live Aid라는 대규모 공연으로 이어진다. 영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거대한 공연은 60여 개국에서 방송되었고 2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보았으며 2억 8천만 불 이상(80년대 통화가치로!)을 벌어들였다. 노래 하나가 전 세계적으로 기아와 빈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사람들의 직접적인 행동을 이끌어낸 것이다. 결국, 밥 겔도프는 노벨 평화상 후보가 되었고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는다.

이 노래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이 노래의 수익금 100%를 자선에 쓸 거라고 공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징수하겠다고 했다가 언론의 반대에 부딪혀 굴복하고 말았다는 거.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국세청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궁금한 일이다.

아직도 이 전주만 들으면 가슴이 뛴다. 폴 영, 보이 조지, 필 콜린스, 조지 마이클, 듀란듀란, 스팅, 보노 등의 풋풋한 얼굴을 볼 수 있다. 어렸을 땐 내가 좋아하던 가수들이 총출동해서 단 한 곡을 만들어냈다는 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영국에서 아직도 이 노래는 크리스마스 시즌 때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인지도 모르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을 돕자는 가사야말로 두고두고 크리스마스에 떠올려야 할 메시지인 것 같다.

영국에서 이런 멋진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 미국의 뮤지션들도 일어섰다. 바로 그 유명한 USA for Africa. 아마 많은 분들이 'Do They Know It's Christmas?'는 몰라도 'We are the World'는 알고 계시리라. '위아더월드'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종의 관용구가 되었을 정도니까. 당시 어렸던 난 정말로 신기했다. 왜, 저 사람들은 남의 나라 사람들을 돕고 있는 걸까? 관계도 없는 지구 반대쪽 나라 사람들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도대체 위아더월드는 무슨 뜻일까? 우리는 세계라니? 그땐 답을 몰랐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We are the World'라는 말이 바로 그 답인가 보다. 세계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거,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거, 밥을 안 먹으면 배가 고프고 재미있는 걸 보면 미소를 짓는, 피와 땀이 흐르는 사람이라는 거.

라이오닐 리치, 스티비 원더, 폴 사이먼, 케니 로저스, 제임스 잉그램, 티나 터너, 빌리 조엘, 다이아나 로스, 디온 워윅, 윌리 넬슨, 브루스 스프링스틴, 신디 로퍼, 밥 딜런, 레이 찰스 등이 총출동한 We are the World. 하지만, 아무래도 이 노래의 백미는 노래를 직접 만들기도 했던 마이클 잭슨이다. 편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혼자서 특유의 옷차림을 하고 있는 마이클 잭슨. 어릴 땐 '혼자 너무 튀는 거 아냐?'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 저 낭랑한 목소리와 반짝이 양말을 보니 왠지 마음이 짠하다.

다시 2011년의 일본. 아직도 대피소에서 끼니도 제대로 못 하고 치료도 못 받으며 버티는 사람들, 힘을 내자고 그림을 그리는 만화가들, 죽음의 원전으로 일하러 들어가는 사람들, 아기에게 줄 물까지 걱정해야 하는 엄마들. 일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손길은 계속되고 있다. 4월 9일 빌보드 디지털앨범 차트에는 <Songs for Japan>이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이 1위를 차지했다. 존 레논의 'Imagine'(역시 이런 앨범에 들어갈 타이틀로는 제격인 곡이라고 하겠다.)를 비롯하여 U2, Boy Dylan, Beyonce, REM, 요즘 미국 10대들에게 인기몰이 중인 Justin Bieber까지 곡을 헌정해서 만든 앨범이다. 수익금은 일본 적십자사로 보내진다고.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불안한 원전사태는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되고 상처 입은 이재민들이 폐허를 딛고 일어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희망을 잃지 말길. 힘을 내시길.

<Songs for Japan> 앨범엔 좋은 곡들이 많지만 이 노래가 들어있어서 기쁘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Sade의 'By Your Side'. 원래 사랑노래였겠지만 '당신이 길을 잃고 외롭고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때, 내가 당신을 찾아 집으로 데려가 줄 거예요'라는 가사는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사람들에게 불러주기 딱 좋은 노래다. 뮤직비디오 속 벨리댄서 스타일의 옷차림은 좀 어색하지만 샤데이의 커피색 목소리는 너무 아름답고 편안하다.

Bk Choi

2011.04.08 23:48:43

노래만큼 위로의 방법으로 좋은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좋은 노래를 듣고 저도 기운을 내게 되네요^_^ 으쌰!! 고맙습니다~!

zizizi

2011.04.12 23:48:32

기운나셨나요? 상쾌한 댓글 감사합니다. 실은 이 카테고리에도 좋은 노래들이 참 많은데 지면이 한정되어있어서 아쉽기도 하고. 또 좋은 음악 소개해드릴게요. 

김 한나

2013.01.10 11:51:52

새 글이 사용할 수있게하거나 혹시라도 변경이 귀하의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경우, 더 많은 독서에 관심을 - 것입- 니다

채 림

2013.01.10 12:58:11

새로운 게시물 이용할 수있게 혹은 변경이 귀하의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경우, 더 많은 읽기 및 방법을 논의 이러한 접근 방식의 좋은 사용을 만드는 방법을 찾는에 관심이 될 경우. 고양이 - 애완 동물

List of Articles

1994년 어느 늦은 밤에... file [2]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었다. 발표되던 밤, 배고팠던 난 닭을 시켜서 맥주와 함께 흡입하고 있었는데,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어린 시절 무한재생되던, 지금은 고인이 된 사마란치 전 IOC위원장이 "쎄울!" 하고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발표하던 바로 그 장면 말이다. 영화도 아닌데 그 그림은 왠지 클리셰가 된 것만 같아서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던 장면이나 비키니 섬에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장면처럼...

희망을 노래하자 file [4]

옆 나라 일본이 신음하고 있다. 지진, 쓰나미, 그리고 방사능 공포까지. 뉴스 보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팠다가 눈물이 났다가 화가 버럭 났다가 걱정이 된다. 이럴 때면 늘 되뇌게 되는 말이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얼마나 나약한지. 기계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 원자력이라는 힘을 창조해냈다고 으쓱대던 인간들은 대자연의 분노에 다시 한 번 초라해진다. 하지만, 인간들에겐 최후의 병기가 남아 있다. 희...

커피 그리고... file [1]

아마 언젠가는 이 주제의 글이 올라올 거라고 생각하셨을 게다. 커피 말이다. 이 칼럼이 집을 짓고 있는 곳은 전광수 커피점이니까 언젠가는 커피를 주제로 한 음악을 쓰리라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오늘밤처럼. (지금 시각 밤 12시 20분. 커피를 마시기엔 좀 늦은 시간이라 와인을 마시며 원고를 쓴다. 안주는 선물 받은 수제햄과 냉장고에 남아있는 채소 볶음. 잘나가는 일급 레스토랑 스타일로 말하자면 '국내산 돼지뒷다리...

Video Sings the Radio Star, 이적 file [2]

그래서 그로부터 몇 달 동안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도록 내버려뒀죠. 한참 뒤 어느 초겨울 밤 살금살금 다가가 가만히 뚜껑을 열었을 때 아마 피아노는 자고 있었던가 봐요. 희고 검은 건반은 아주 차가웠고 숨결에 따라 파르르 떨리고 있었거든요. 난 놀래켜줄 생각으로 '콰콰콰 쾅!' 베토벤 5번 교향곡의 1악장 주제로 어퍼컷을 먹였죠. 피아노는 깜짝 놀라 처음엔 당황한 듯 우왕좌왕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슬며시 음악을 주...

樂.Rock.樂! 잭 블랙 file [7]

여기 내가 특별히 애정하는 한 남자가 있다. 땅딸막하다. 머리도 커 보인다. 독설이 작렬한다. 하지만, 활화산 같은 정열, 무엇보다도 음악에 대한 정열이 가득한 남자, 잭 블랙. 가끔은 헷갈린다. 잭 블랙, 배우 아니었나, 근데 왜 내 기억 속의 이 배우는 늘 노래를 하고 있거나 기타를 치고 있지? 아마 모두에게 잭 블랙이란 이름이 확실하게 각인된 건 그 유명한 <School of Rock>일 거다. 어찌저찌 임시 교사로 부임해서 하...

서울에서 놀자, 올해 내한하는 아티스트들 file [2]

처음 야구장에서 야구를 봤을 때의 기억이 난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 확 트인 공간으로 나갔을 때 갑자기 느껴지던 색깔과 소리의 향연. 아니, 집에서 작은 TV로 보던 야구도 재미있었는데! 속고만 살았어. 내가 알던 건 야구의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왜! 이제서야 날 여기 데려왔느냐고 동행인에게 항변 아닌 항변을 했더랬다. 그런데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볼 때의 체험도 꽤 비슷하다. 평소엔 CD로, MP3로 음악을 즐기지만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