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언젠가는 이 주제의 글이 올라올 거라고 생각하셨을 게다. 커피 말이다. 이 칼럼이 집을 짓고 있는 곳은 전광수 커피점이니까 언젠가는 커피를 주제로 한 음악을 쓰리라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오늘밤처럼. (지금 시각 밤 12시 20분. 커피를 마시기엔 좀 늦은 시간이라 와인을 마시며 원고를 쓴다. 안주는 선물 받은 수제햄과 냉장고에 남아있는 채소 볶음. 잘나가는 일급 레스토랑 스타일로 말하자면 '국내산 돼지뒷다리로 만든 최고급 햄과 신선한 채소를 볶아 신안 천일염을 뿌린 토스카니 시골스타일 볶음요리'. 움화핫)
커피를 주제로 한 노래는 꽤 많고도 주관적이다. 커피 맛을 윤종신의 '팥빙수'에서처럼 시시콜콜 분석하는 가수는 없지만 많은 가수들이 커피를 배경 삼아 이야기를 털어놓곤 한다. 커피는 조연을 자처한다. 커피를 곁에 두면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 홀로 사색에 잠길 수 있다. 꽂아 놓았던 책을 읽을 수 있다. 찻잔 너머 설레는 눈빛을 볼 수도 있다. 맘에 드는 이성을 발견했을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차나 한 잔~'라는 말을 던지는 이유는 바로 그거다. 커피는 주연을 멋지게 살려주는 조연이면서 마시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니까.
프로필에도 써있지만 난 아침엔 커피가 있어야 뇌세포가 제대로 작동한다. 어떤 날은 너무 바빠서 커피를 마실 사이도 없이 뛰어다닐 때가 있는데 그러다 어느 순간 '아차, 오늘 커피 못 마셨지?' 하고 깨달을 때면 허탈하다. 아이큐가 30쯤 내려가 있는 상태로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했는데 사실 커피 한 잔이면 그 일들을 더 빠르고 경쾌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이쯤 되면 중독? 물론 옆집 콩부인님에 비하면 새발의 피?! ^^
사랑하면 더 알고 싶어진다고 했나? 전광수 웹진과 트위터 덕분에 내게 좋은 커피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시는 커피친구들이 점점 많아졌다. 덕분에 나도 점점 커피에 대해서 귓동냥하게 되고. 아, 드립은 드립칠 때만 쓰는 말이 아니었고나. 커핑이라는 게 있구나. 갓 볶은 커피가 맛있다는 말은 뻥이었구나! 기타 등등. 무식하니까 용감해서 막 물어보고 그런다. 커피人들에게 놀란 점은 그들이 참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거. 잘 모르는 필자에게 커피선물도 주시고 내 무식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주시더라. 음악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없다던데 커피 좋아하는 분들도 마찬가지. 향기롭고 따뜻한 걸 좋아해서 그런가.
커피의 중독성을 카페인 때문이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하긴 좀 아쉽다. 어쩌면 커피는 사이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더 그런지도. 커피와 궁합이 맞는 친구들은 뭐가 있을까, 보사노바, 담배(난 담배 안 피우지만 그렇다고들), 케익, 실연, 로맨스, 타자기, 또 많겠지? 그 친구들 덕분에라도 커피는 자꾸 생각나고, 안 보면 보고 싶고, 까먹고 있다가도 향기 맡으면 급땡기고 한다. 심지어 새벽 2시에도. 씁쓸하고 달콤하고 시큼하고 뜨거운 커피, 어쩌면 그 안에 인생이 담겨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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