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한국도 만만치 않지만 일본은 남편을 주인(슈진)이라고 부르는 시대착오적 언어 관습이 남아 있을 정도로 가부장적 분위기가 여전히 살아 있는 나라다. 물론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독신으로 살면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많지만 그들이 그 사회 속에서 결코 자유스러운 건 아니다. 여기에 90년대 후반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일본 버블 경제의 붕괴 이후 고용 불안에 의해 여성이건 남성이건 경제적 자립으로의 문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언뜻 들으면 멋지게 들리는 프리타란 것도 알고 보면 일본의 고용 시스템이 붕괴됨으로써 자생된 일종의 비정규직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은 더욱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해졌다.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이러한 시대 배경을 갖고 탄생한 작품이고 주인공 수짱이 바로 이러한 답답한 일본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독신의 30대 여성이다.

1인 가구의 삶을 살고 있는 수짱은 불안하고 외롭다. 일본 사회는 끊임없이 개인들에게 자신들의 몫을 충실하게 이행하기를 압력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성공한 독신들(여성이든 남성이든)이 얼마나 멋진 삶을 살고 있는지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최대한 아름답고 매력 있게 포장해서 유통한다. 그리고 이에 매료된 소비자들을 라이프 스타일 자본이 그대로 수거해간다. 예컨대 라이프 스타일 잡지와 백화점 그리고 각종 문화 센터들이. 수짱이 불안한 근본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들처럼 살(아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저렇게 살면 행복해질까? 지금의 나 잘하고 있는 걸까? 등 수많은 질문이 수짱을 공격한다. 여기에 엄마는 수짱을 들들 볶는다. 결혼은? 일은? 돈은?… 20대엔 혼자 살아도 이런 고민이 그다지 무섭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30대가 되고 나이가 점점 들수록 그녀의 불안은 증폭된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엔 화려한 싱글 같은 비현실적 등장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변의 흔한 사무직, 영업직, 또는 점원 등 독자가 동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그리고 마스다 미리는 단 한 컷 또는 한 줄 대사를 사용해서라도 그들의 삶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단순한 그림체에서 강렬한 리얼리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 마스다 미리는 현재 40대 중반이지만 아마도 수짱과 비슷한 시기를 겪으면서 나와 동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음이 틀림없다. 작가란 그런 존재니까.

결국 마스다 미리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지 나는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한 나이며 그렇기 때문에 나의 삶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사회적 강박에서 벗어나 각자 나답게 살자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행복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던진다. 아울러 마스다 미리는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서도 위로와 격려를 던지고 싶었던 게 아닐는지.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다이죠부(괜찮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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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소보로(트위터 @coffeens)커피 외계도래설 주창자로서 오늘도 그 증거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가끔은 야매 커피사회학자를 표방하기도. <커피는 원래 쓰다>란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