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私傳_04] 등급


등급_GRADE

 

커피는 기본적으로 농작물이다. 그렇기에 아라비카종 커피도 세분해서 들어가면 다양한 종자가 존재한다. 또 수확물을 거두면 종자의 특성이 잘 드러났는지, 상품성이 있는지를 평가하여 등급을 매긴다. 그런데 커피 산지에 따라 등급 산정 기준이 제각각이다. 케냐 커피에서 많이 봐왔던 AA란 말은 영국식 커피 등급 표기 방식이고 C-B-A-AA 단계로 되어 있다. 특징은 생두의 크기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AA는 가장 높은 등급으로 크기가 가장 크다.

반면 중남미 쪽에서는 커피 산지의 해발고도에 따라 등급을 결정한다. 예컨대 SHB(Strictly Hard Bean), SHG(Strictly High Grown) 등의 등급 기준은 해발고도 1,4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재배한 것을 말한다. 아울러 1,200m~1,400m는 HB(Hard Bean), HG(High Grown) 등으로 표기한다.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전미 스페셜티커피 협회)에서는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한 기준치를 만들어 이른바 스페셜티커피 등급을 결정한다. 이때 커피를 시음하는 것을 커핑(cupping)이라고 하며 커핑을 하고 평가하는 사람을 커퍼(cupper) 또는 커핑 저지 (cupping judge)라 한다. 이들은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 데이터를 마련하여 커피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데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획득한 커피를 스페셜티 등급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방식의 커피 등급 분류 방식이 존재하고 있다.

커피에 등급 체계가 생긴 것은 돈 때문이다. 커피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 품질 좋고 맛과 향이 탁월한 커피를 재배했다 하더라도 그 가치는 객관적일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해 비싸게 팔고 싶어도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아울러 기후의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커피는 작황 상태에 따른 생산량과 품질 차이가 발생한다. 커피가 재화가 되면서 커피를 거래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생산량과 품질의 변화에 따른 부가가치와 손해를 등급이란 시스템을 마련하여 상쇄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즉, 품질이 좋고 귀한 커피는 비싸게 팔아 수익률을 높일 수 있게끔 분류 기준을 만들어 등급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등급 매기기는 땅과 햇빛의 반응에 자연스럽게 응답하는 농작물 커피를 스펙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것은 마치 인간 사회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누가 더 능력 있고 특별한 인간인 지를 평가하는 세상이 되어갈수록 커피의 등급 분류 체계도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특별함을 표현하거나 과시하기 위해 또는 남과 차별하기 위해 특별한 등급의 커피를 찾아 소비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이다. 자본은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중한 커피를 마시고 서로를 토닥이던 그런 시절은 이제 다시 오지 않으리라.

 
[커피가 한우도 아니고 등급이 웬말이냐! 버뜨 그러나 케냐 AA는 …]

글쓴이 :소보로
커피 외계도래설 주창자. 커피 잡문집 <커피는 원래 쓰다>를 썼다.

×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