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私傳_03] 코피루왁


코피루왁 kopi luwak

영화 <카모메식당>의 주인공 사치에는 맛있는 커피를 위해 ‘코피루왁!’이라고 주문을 외운다. 이 장면이 크게 공감된 이유는 코피루왁이 값비싸고 희귀한, 게다가 맛있는 커피의 대명사로 대중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코피루왁이 발견된 배경이나 현재의 유통 과정 실상을 알게 되면 ‘코피루왁!’은 더 이상 낭만적인 주문이 아닐 수 있다.

커피 재배가 불가능한 유럽은 종교적으로 적대시하던 이슬람에서 커피를 수입했다. 특히 예멘의 모카항은 유럽과 이슬람의 커피 교역 중심지였다. 유럽이 비록 이슬람보다 커피를 뒤늦게 먹기 시작했지만 커피 시장의 확대 속도는 눈부셨다. 커피 교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아가던 상인 계층들은 신흥 자본가 세력으로 성장한다. 이른바 부르주아지 탄생의 순간이다.

커피로 부를 모은 이들은 더욱 큰 이익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세우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식민지 개척이었다. 커피 생두 및 묘목의 해외 반출을 강력히 관리하던 예멘이었지만 당시 유럽에도 수많은 문익점이 있었기에 결국 커피는 이슬람을 벗어난다.

동인도회사의 양대 축인 영국과 네덜란드. 이들은 제국의 식민지 개척을 위한 척후병 역할을 했는데 영국은 인도와 중국, 네덜란드는 동아시아를 공략했다.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점령한 네덜란드는 커피 이식에 대성공을 거둔 유럽의 첫 번째 나라가 되었다. 이 사건이 코피루왁 탄생의 서막이었다는 걸 누가 알았겠는가.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 즉 루왁은 난생 처음 보는 열매를 목격하게 된다. 바로 커피 나무에 탐스럽게 열린 빨간 커피 열매였다. 칼디의 염소가 그랬듯이 사향고양이도 덥썩 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육보다 씨가 더 큰 커피 열매는 먹잇감으로 그다지 효용은 없었다. 사향고양이 몸속으로 들어간 커피 열매의 과육은 소화되고 남은 씨앗은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통해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온다.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은 가혹한 커피 노동에 시달렸는데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커피 열매를 먹어치우는 사향고양이를 쫓아내야 했다. 우리네 허수아비가 참새를 쫓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싸질러놓은 배설물 속에서 커피콩을 발견하게 된다. 사향고양이 소화액과 어우러진 커피는 독특한 맛을 냈고 유럽인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유럽 귀족들에게 충분히 공급하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때문에 가격은 치솟았다. 코피루왁 신화의 탄생 순간이다.

오늘날 코피루왁은 대부분이 강제 사육당한 루왁에서 생산된다. 명백한 동물 학대다. 아무리 돈이 최고라지만 이건 아니다. 우리를 더욱 아연실색케 하는 건 사향고양이가 살지 않는 인근의 나라들에선 코끼리나 원숭이, 심지어 족제비까지 잡아다 커피를 먹이고 유사 코피루왁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실이다. 인간의 커피 욕구와 자본의 욕망은 달라야 한다.

다시 <카모메식당>으로 돌아가보자. 사치에는 ‘코피루왁!’이라고 주문을 걸며 커피를 내리지만 그녀가 잊지 않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커피를 마실 사람을 위해 정성을 담아 내리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킨다. 그러나 이 연결 이면에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커피가 개입된다면 과연 그 커피 마음을 담을 수 있을까. 아니, 의미가 있을까?

*인도네시아 커피의 위엄, 수마트라 맛있더라!

 

글쓴이 :소보로
커피 외계도래설 주창자. 커피 잡문집 <커피는 원래 쓰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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