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공부하고 있습니까?


<닥쳐라 세계화>, <단속사회> 등으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회학자 ‘엄기호’와 <심야 치유 식당>과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등을 통하여 대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기는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온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선생이 만나 네 차례에 걸쳐 나눈 대담집이다. 이 두 저자가 만난 이유는 우리 시대에 만연한 ‘공부’에 대한 폐해 때문이다. 각기 다른 현장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만나온 저자들은 ‘공부에 중독된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 문제로서의 ‘공부중독’에 대해 진단하고 ‘공부중독’이 어떤 모습으로 이 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야기 시키고 있으며 ‘공부중독’에 누가 어떻게 빨려 들어가고 있는지 냉철하게 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답을 고찰하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삶이 오직 ‘공부’로만 둘러싸인 청소년들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심각한 공부 중독의 폐해를 해부한다. 소속감이 없어진다는 불안감때문에 미루어지는 졸업 유예처럼 자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나약함은 공부를 마치는 순간 냉혹한 시대의 정글로 내쳐진다는 불안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불안 장애, 우울증, 분노조절 장애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전능감’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공부 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한 언제까지나 실제 타석에 서는 것을 유예하고 이를 합리화함으로써 언제든 자신은 이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중요한 사람이며, 공부를 마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만능의 사람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을 공부 하나로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와 공정함을 가장한 시험에의 집착, 인간 상호간의 관계와 같은 사회 구성원들과 부딪치며 배워야만 하는 것조차 학원에서 익힐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문제는 결국 ‘요즘 애들론’과 같은 이야기로 비칠 수 있으나 이는 현 대한민국의 동시대성을 발견하기 위함이지 결코 지금 청소년 세대의 특질로 고정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2부에서는 누가 공부에 욕심을 내는가? 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정작 청소년들이 아닌 486세대를 비롯한 공부로 성공한 사람,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사람들, 그래서 자기 자식들에게도 자신들이 누렸던 장밋빛 환상을 실현시키려는 대다수의 어른들이라고 단언한다. 고속 성장기에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부동산을 마련하는 등의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지금의 시대는 공부로서 목적을 달성하기엔 변수가 매우 많아졌다. 그럼에도 공부만이 해답이라는 판타지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대한민국 전체가 공부를 위한 공부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3부에서는 공부 중독에서 벗어날 방편들을 모색하면서 지금의 공부 중독은 잘못된 교육 시스템에 의한 ‘교육 중독’임을 강조한다. 교육 시스템과 진짜 공부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현재 ‘공부 중독’ 현상의 진원지인 중산층이 벌이는 미친 드라이브에 어떻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지 이들의 노력과 한계를 짚어본다. 동시에 이 공부 중독에서조차 소외되고 좌절만을 경험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돌아보면서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공부는 무엇인지 ‘공부’라는 말을 구제해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공부에 대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부’는 모든 사회 문제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의 학업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부동산,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비단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또한 교육시스템의 변화만으로는 문제 해결은 요원하며 급격한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구조’로서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저자가 각각 강의실과 상담실에서 만난 청소년, 부모들을 통하여 이 구조적인 변화를 사회적 관점과 정신 병리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해법을 제시하기에 매우 설득력이 있다. 청소년을 둔 부모들뿐만 아니라 시대의 구조적 병폐를 실감하거나 특별히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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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리디언스
재즈를 듣고 사진을 찍으며 철학과 인문학 속에서 길을 찾고 있는 중년의 커피 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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