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홀리데이_Strange Fruit


Strange Fruit

Southern trees bear strange fruit,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Black bodies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

Pastoral scene of the gallant south,

The bulging eyes and the twisted mouth,

Scent of magnolias, sweet and fresh,

Then the sudden smell of burning flesh.

Here is fruit for the crows to pluck,

For the rain to gather, for the wind to suck,

For the sun to rot, for the trees to drop,

Here is a strange and bitter crop.

이상한 과일

남쪽 지방 나무에는 이상한 과일이 열렸네

잎새에 물든 피와 뿌리에 젖은 피

검은 몸뚱아리가 남풍을 받아 건들거리네

이상한 열매가 포플러 나무에 걸렸네

남쪽 지방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

불거진 두 눈과 일그러진 입

상큼한 목련꽃 내음

훅 끼치는 살 타는 냄새

까마귀들이 뜯어먹을 과일이라네

비 맞아 떨어지고 바람이 핥고

햇살에 썩고 나무가 떨굴 과일

이상하고 끔찍한 과일이라네

 

1930년대 말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할 만한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다수의 백인들에 의해 두 명의 흑인 청년들이 집단 린치를 당하고 나무에 목이 매달려 살해당한 사건이다. 백인 남자를 죽이고 그의 애인을 강간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두 흑인 청년들은 감옥으로 난입한 군중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었고 당시의 이 끔찍한 사건의 현장은 한 장의 사진에 담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게 된 루이스 알렌(Lewis Allen)은 노래 하나를 만들게 되는데 그 곡이 바로 오늘 소개할 ‘Strange Fruit’이다. 먼저 나무에 매달려 참혹한 주검으로 변한 흑인 청년들의 모습을 보고는 ‘이상한 과일’이라고 표현한 시를 한 편 짓고 이 시에 곡을 붙여 하나의 노래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가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마치 사건의 현장을 마주한 듯 끔찍한 광경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흑인 청년들의 모습을 과일로 애써 비유한 듯하지만 실은 비유를 넘어 너무나도 선명하게 현장을 묘사해 놓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인근에서 흑인들의 저항가요로 인기를 얻다가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재즈 싱어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에게 소개되었고 빌리 홀리데이는 이 곡을 아낀 나머지 늘 마지막 레퍼토리로 정하여 부르곤 하였다. 일설에 의하면 카페에서 일하던 웨이터들도 빌리 홀리데이가 이 곡을 부를 때는 모든 서비스를 잠시 중단했다고 한다. 그만큼 인기가 있었던 곡이었다는 말이다. 빌리 홀리데이는 Strange Fruit를 자기가 속해 있던 레코드 회사인 컬럼비아(Columbia)에서 녹음하고자 했지만 당시의 사회적 파장으로 미루어 논란이 커질 것을 염려한 컬럼비아사로부터 거절당했고 대신 라이벌 음반사였던 코모도어(Commodore)에서 처음으로 녹음되어 음반으로 발매될 수 있었다.

가난과 인종차별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았던 비운의 재즈 싱어 빌리 홀리데이는 열 살 때 이미 백인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나 오히려 남성을 유혹했다는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매춘부 생활과 마약, 알코올 중독으로 인생을 질곡으로 보낸 비극의 주인공이다. 우연한 기회에 클럽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자신의 삶을 오직 목소리만으로 토해 내듯 처연하게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그날 이후 빌리 홀리데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 재즈 싱어로서의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노래가 바로 Strange Fruit이었던 것이다.

민감한 가사의 노래이기에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반응을 두려워 한 나머지 대부분의 재즈 싱어들이 외면하게 되어 결국 빌리 홀리데이가 처음 부르게 되었으나 빌리 홀리데이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빌리 홀리데이야말로 결국 이 노래의 가장 적절한 주인 일수 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Strange Fruit는 또한 이후에 50~60년대 미국의 인권운동과 함께 크게 부각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권 문제와 차별과 불의에 항거하는 저항의 노래로 깊히 각인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재즈야말로 사회성과는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태생적인 유전자가 내재되어 있기에 Strange Fruit가 저항가요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재즈의 탄생이야말로 질곡과 고난으로 점철된 흑인 노예들의 몸부림으로부터 시작된 음악이니 말이다. 필자 본인이 재즈에 천착하여 오래전부터 듣고 느끼며 또한 많은 이들한테 들려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긋나긋한 낭만과 아름다움 속에서만 삶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자유와 민주 그리고 항쟁과 저항을 생각하게 하는 6월이다. 이 땅에서도 멀지 않은 과거에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 힘차게 박동하던 시대가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대한 목소리와 몸부림을 다시금 생각한다. 이번 호에 소개한 Strange Fruit는 워낙 비극적이고도 처참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라 듣는 이에 따라서는 다소 불편한 감정이 들 수는 있으나 이번 기회에 한 번쯤은 들어봐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코모도어(Commodore)에서 처음으로 발매된 음반을 구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국내 레이블인 굿(Good)에서 발매된 ‘Billie Holiday – Strange Fruit'(GI-3015)를 권한다.

 

글: 리디언스(트위터 @readiens)
재즈를 듣고 사진을 찍으며 철학과 인문학 속에서 길을 찾고 있는 중년의 커피 로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