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와 아트 사이.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나는 찍는다한국에서 트위터 서비스가 한창 자리를 잡아갈 무렵 @tWITasWIT(아이디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그에게 트윗은 놀이다.)란 트위터 계정으로 홀연히 등장하여 이른바 뻘드립으로 타임라인을 평정한 한창민은 곧이어 인스타그램이라는 사진 SNS 서비스를 통해 그의 나와바리(활동 무대)를 넓혀갔다. 그런데 그의 인스타그램 사진이 대박이었다. 평소 트위터를 통해 발휘했던 그의 위트 넘치는 단어와 문장이 절묘한 사진들과 결합하면서 강력한 포스로 돌변한 것이다.(아마 당시의 포스 미디클로리언 수치는 오비완 캐노비를 넘어 다스베이다 정도는 되었을 듯.)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는 나이 오십이 되도록 변변한 카메라 한번 잡아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귀찮아서 그랬다는데, 아이폰의 편리하고 놀라운 카메라 기능이 이번에는 그를 흔들었다.

찍고 또 찍고, 올리고 찍고 또 쓰고. 인스타그램에 쌓여가는 그의 사진이 가상의 세계에만 갇혀 있는 게 안타깝다고 여긴 그의 SNS 친구들은 급기야 사진전을 제안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일은 이루어졌다. 2013년 봄, 서울 서촌 골목의 어느 작은 갤러리에서 ‘지난 일년’이란 개인전이 열린 것이다. 물론 모든 사진은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의 오프라인 전시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난 일년’처럼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SNS의 친구들이 많아서? 물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소통했던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그의 사진이 무엇보다 ‘남달랐기’ 때문이다. 즉, 그는 단지 스마트폰 사진이란 흥미 유발 차원을 넘어 우리에게 울림을 준 것이다.

그의 인생 최초의 개인 사진전 ‘지난 일년’은 그의 삶을 바꿔 놓았다. 조용히 살고 있었던 평범한 중년 아저씨가 어엿한 스타 작가가 된 것이다. 그는 처음엔 스스로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난 조용히 살고 싶어!란 입장이었는데 어느 날 이런 변화의 흐름을 더 이상 거부하기 어렵다고 판단, 그렇다면 이참에 세상 밖으로 나가서 (놀아) 보겠어!라고 마음을 고쳐먹기로 한 것이다. 그 계기가 바로 그의 책 <나는 찍는다 스마튼폰으로>의 출판이다.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진과 전시회 이후에 작업한 찍은 사진들을 엄선해서 소개하고 작품의 해설을 비롯하여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꽤 실용적인 글까지 망라했다. 하지만 이 책은 결국 인간 한창민에 대한 스스로의 돌아보기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들은 어느새 그에게 흠뻑 젖어들고 만다. 사진뿐 아니라 그의 글맛 때문이다. 여기에 깨알같은 엔딩 크레딧으로감동의 정점을 찍는다.

그가 고작 1년의 사진 경력(그것도 아이폰 카메라)만으로 세상을 움직인 이유는 그의 내공 때문이다. 사물에 대한 관찰과 순간 포착은 평소 실천해왔던 그의 사색 결과물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그저 간단하고 편리한 도구일 뿐 그에게 중요한 건 그동안 그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 생각들이다. 그리고 이제 그 생각의 에너지들이 세상으로 발신되기 시작했다. 혹자들은 그를 보고 이제 누구나 스마트폰 작가가 될 수 있다지만 과연 그럴까? 내가 볼 땐 누구나 사진(写真)은 찍을 수 있을지언정 아무나 그처럼 사진(思進)찍기 즉, 세상에 대해 생각하며 나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자칫 그를 따라하다간 주화입마와 같은 내상을 입기 쉬우니 모쪼록 조심하기 바란다. 난 그가 두 번째 사진전을 여는 것보다 또 다른 기상천외한 장르의 예술과 놀이로 우리를 흥분시켜줬으면 한다. 그는 그럴만한 그릇이고 이제 때가 온 것이다.

 

글:소보로(트위터 @coffeens)커피 외계도래설 주창자로서 오늘도 그 증거를 찾아 나서고 있다. <커피는 원래 쓰다>란 책을 썼다.